지난 포스팅에서 살펴본 것처럼 재료공학은 금속, 반도체, 고분자 등의 재료에 대한 여러 가지 특성(기계적, 전기적, 자기적, 열적, 광학적, 화학적 특성)과 그 결정 구조, 그리고 각 재료에 대한 제작 공정 등에 관해 공부하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문을 공부한 재료공학자들은 실제로 어떤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을까? 이번 포스팅부터는 재료공학이 사용되는 산업 분야에 대하여 알아보고, 실제로 학위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을 졸업한 재료공학자들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재료공학에서 다루는 첫 번째 산업 분야는 금속 및 이들의 합금이다. 우리가 과거의 시대 구분을 청동기-철기로 구분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철 및 그 합금(강철 등), 그리고 다른 금속과 이들의 합금은 옛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철기 시대를 이끈 강철의 경우, 내부의 탄소 함량에 따라 그 특성이 달라진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다른 합금 역시 기본이 되는 금속에 어떤 원소를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금속 내의 내부 구조가 변하고, 이를 이용하여 각종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초합금(superalloy)에 대한 연구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초합금의 경우, 기존 합금에 비해 기계적 특성 등의 물성이 뛰어나 기존 금속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에 노출되는 터빈, 원자로 등의 부품에 주로 사용된다.
두 번째 산업 분야는 세라믹 및 유리 계열의 재료들이다. 이들 재료는 이산화 실리콘(SiO2, 실리카)의 단단한 결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체로 내열성이 뛰어나고 강도가 높다. 따라서 산업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산업에서 사용할 때는 금속 산화물을 실리카에 주입해 사용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재료의 성질이 변화하게 된다. 세라믹 및 유리 계열 재료들의 또 다른 특성은, 이들 재료는 불규칙한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 포스팅에서 재료공학에서만 배우는 특징적인 학문으로 결정학(Crystallography)을 소개한 것을 기억하고 있을 텐데, 세라믹, 유리의 경우 이러한 결정 구조가 아니라, 비결정 (비정질) 구조를 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물질 군 중,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는 당연히 유리가 있는데, 유리의 경우 빛의 투과도 및 강도가 실사용에 중요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갤럭시 폴드 등으로 '접을 수 있는' 유리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이 계열 물질의 기계적 특성의 중요도 역시 높아졌다.
세 번째 산업 분야는 반도체이다. 반도체는 도체인 금속, 부도체인 세라믹의 특성을 절반씩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 특성을 통해 전기 회로 내에서 우리가 원하는 부분에만 전류를 흘려줄 수 있다. 즉, 0, 1의 전환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반도체로는 실리콘이 있다. 실리콘의 경우 그 내부에 불순물(붕소(B), 인(P) 이 대표적)을 채울 경우, 전기가 흐르기 위해 필요한 전달자(carrier)의 역할을 하는 전자의 수를 조절할 수 있고, 전자가 흐르는 길에 해당하는 밴드 구조 역시 조절이 가능하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모든 전자 기기들은 이 실리콘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집적 회로(Integrated circit, IC)를 그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분야는 재료공학뿐 아니라 현대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회로의 집적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누설 전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의 물성을 더욱 정밀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어, 이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에서 반도체 분야를 세라믹 계열 및 반도체로 다시 나누었기 때문에, 고분자 (폴리머) 가 네 번째 분류가 되었다. 고분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플라스틱이나 고무 등의 재료가 된다. 고분자는 단위 분자가 1차원적으로 이어진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특성상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비닐 랩에서부터 전자 제품 등의 외장재로 사용되는 고경도의 플라스틱까지 넓은 영역의 기계적 특성을 보인다. 덕분에 고분자는 다른 재료 분야에 비해서도 더 넓은 범위의 산업 영역에 적용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극한 상황을 상정하고 만든 플라스틱의 경우, 세라믹이나 금속 합금에 비견되는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 외에, 복합 재료라고 불리는 분야가 있다. 앞선 포스팅에서 '나노 구조 대하여 간단히 소개했는데, 이 복합 재료는 쉽게 설명하면 나노 구조로 만든 나무 합판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썼던 책상과 의자는 얇은 나무판을 수직으로 이어 붙여 강도를 높인 합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복합 재료는 이와 유사하게, 서로 다른 재료들을 나노 스케일에서 서로 접합시켜 재료의 특성을 높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합판을 만들 때와는 달리 복합 재료를 만들 때는 접착제 같은 편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재료들의 결정 구조 등을 고려해서 어떻게 재료들을 결합해야 재료의 내부에서 취약한 부분이 발생하지 않는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복합 재료의 경우, 단순 판 형태만을 결합하는 것이 아니고, 그 특성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나노 튜브 등의 재료를 섞기도 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앞서 간단히 살펴본 재료공학의 응용 분야에 대해 더 깊이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 포스팅에 있는 내용이 전부는 아니다 (실제로 생체 재료 등은 다루지 않았다). 재료는 모든 산업 분야에 기본이 되는 만큼,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산업 분야에는 재료가 들어가고 이에 대한 연구는 어딘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양한 재료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다음 포스팅에서는 재료를 만드는 법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과학 > 재료공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료 시뮬레이션의 활용 방법 (0) | 2022.06.14 |
---|---|
재료 시뮬레이션 소개 (0) | 2022.06.14 |
재료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실험의 종류 (0) | 2022.06.12 |
재료공학에서 다루는 재료들의 제법(만드는 법) (0) | 2022.06.11 |
전공 선택 가이드: 재료공학 (0) | 2022.06.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