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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재료공학

재료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실험의 종류

by NC_ 2022. 6. 12.

우리가 핸드폰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핸드폰의 CPU는 계산 성능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고, 핸드폰의 외장재는 어느 정도 충격까지는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최저 몇 도부터 최고 몇 도까지는 핸드폰이 정상적으로 동작할 수 있어야 하는 등의 요구 조건이 생길 것이다. 이러한 요구 조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핸드폰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재료공학자들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특정 재료의 물성을 파악하는 것일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재료의 기계적, 화학적, 열적, 전기적, 자기적, 광학적 특성 및 결정 구조를 확인하는 방법과 실험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재료의 성질들에 대해서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먼저 가장 직관적인 기계적 성질 관련 실험에 대해 알아보자. 기계적 성질은 말 그대로 재료가 물리적인 충격이나 변형에 얼마나 잘 견디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측정하는 실험 역시 물리적으로 그러한 힘을 가해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내충격 관련 실험이라고 하면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면 되고, 힘이 가해졌을 때 재료가 얼마나 변형되는지, 혹은 얼마나 힘이 가해져야 재료가 부서지는지를 알아보고 싶다면 그러한 실험 장치를 설계하면 된다.
화학적 특성의 경우, 단순히 반응성을 측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정 환경 아래서 오랜 시간 놔두고 그 환경 아래서 얼마나 잘 버티는지를 측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시간 경과에 따라 내부 불순물의 정도가 얼마나 변화하는지, 혹은 내부에서 원치 않는 반응이 일어나 재료의 조성이 바뀌지는 않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들로는 분광법 등으로 재료의 조성을 확인하거나, 여러 가지 현미경을 통해 재료의 단면을 촬영하고 그 사진을 분석하는 방법 등이 있다. 분광법은 보통 여러 분자가 섞여 있는 경우 각 분자가 얼마나 섞여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사용한다. 재료에 빛을 가할 경우 재료가 특정 파장의 빛만 흡수했다가 다시 방출하게 되므로, 특정 파장의 빛의 세기가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측정하면 재료의 종류와 양을 확인할 수 있다. 분자 세계의 지문이라고 이해하면 좋다. 현미경을 통하는 경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광학 현미경이 아니라 원자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 TEM) 등을 사용하게 된다. 투과전자현미경은 일반 빛이 아니라 전자선을 재료에 직접 투과시키고, 이때 전자선이 어떻게 산란하는지를 이용해 상을 찍는다. 이렇게 얻은 상을 통해, 표면 구조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고, 사진 안의 원자들을 직접 세서 조성을 분석하는 식으로 응용하기도 한다.
열적 특성의 경우 열팽창도나 열 전도성 등이 중요한 특성이 된다. 이러한 특성 역시 기계적 성질과 마찬가지로, 직접 열을 가하면서 그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직관적인 실험 설계가 가능하다.
전기적 특성 중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재료의 저항인데(고등학교 때 배우는 옴의 법칙을 떠올릴 수 있다면), 실제 산업에서는 훨씬 다양한 특성을 측정하게 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문턱 전압(Threshold voltage), Band gap, Carrier concentration 등이 있다. 뒤의 두 용어는 적절한 번역을 알지 못해 부득이하게 영어로 쓰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각 특성은 모두 반도체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특성들이다. 문턱 전압의 경우 반도체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는 전압을 의미한다. 문턱 전압 아래의 전압을 가할 경우 반도체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지만, 문턱 전압 이상의 전압에서는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반도체는 스위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전압을 서서히 올리면서, 어느 전압에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는가를 확인하면 된다. Band gap의 경우 문턱 전압과 관련이 있는데, 쉽게 설명하면 전자가 어느 정도나 에너지를 받아야 전류가 되어 흐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라고 생각하면 좋다. 또한 Carrier concentration은 전자(Carrier)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당연히 전자가 많을수록 전류가 더 잘 흐를 수 있다. 다만, Band gap 및 Carrier concentration 관련 실험은 지면 관계상 싣지 않도록 하겠다.
자기적 및 광학적 특성 역시 직관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실제로 자기력을 가한다거나 빛을 비춰 주는 등의 실험을 통해 재료의 자성 및 빛에 대한 투과도, 반사도를 확인할 수 있다.
재료의 결정 구조는 X-ray 회절(Diffractio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물에 젓가락을 넣으면 휘어 보이듯, 재료에 빛을 가해 주었을 때 역시 빛이 재료를 투과하면서 휘어지게 되는데, 이때 이 휘어지는 각도를 통해 결정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재료의 3차원 결정 구조는 약 200개로, 이미 가능한 결정 구조가 밝혀져 있기 때문에 X선 회절 패턴과 각 결정 구조의 회절 패턴을 비교해 일치하는 패턴을 찾는 방법으로 재료의 결정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재료의 각종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실험 방법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특성들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재료의 반응 메커니즘이다. 원자 수준의 반응은 대체로 수 나노초~밀리초 단위의 짧은 시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실험으로는 그 과정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들은 보통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하게 된다. 수십 년 전에는 컴퓨터의 성능이 그렇게 좋지 않았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가 한정되어 있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실험보다 빠르게 재료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실험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특성들 역시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하면 더 효율적으로 많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이 이후 포스팅부터는 이러한 재료 시뮬레이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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