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번 포스팅에서 재료 시뮬레이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제일원리 계산에 대해 알아보았다. 제일원리 계산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 재료의 전자 구조를 계산하여 이를 바탕으로 재료의 특성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가 두 개 이상인 시스템에 대한(우리가 실제로 관심이 있는 재료에 대한) 슈뢰딩거 방정식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풀 수 없다. 이는 두 개 이상의 전자가 존재할 경우 전자 간 상호작용 때문에 정확한 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일반적으로는 풀 수 없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기 위한 근사인 밀도 범함수 이론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근사를 사용하는 데서 오는 약간의 오차를 감안하고 이 밀도 범함수 이론을 이용하여 재료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실제 컴퓨터상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밀도 범함수 이론을 푸는지 알아보고, 밀도 범함수 이론이 어떻게 응용되는지, 그리고 그 한계는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밀도 범함수 이론을 통해 우리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 수 있다. 하지만, 그 해결 과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일차, 이차 방정식 등의 해법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가 밀도 범함수 이론을 쓴다고 해도 그 해를 해석적으로(Analytically) 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슈뢰딩거 방정식이나 유체역학에서 쓰이는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 등은 수치적인 해를 구하게 된다. 여기서 수치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방정식의 해법을 푸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5 곱하기 100을 구한다고 할 때, 해석적인 방법은 우리가 배운 구구단을 통해 직접 500이라는 값을 구한다고 하면 수치적인 방법은 컴퓨터에 5를 100번 더하라고 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컴퓨터는 우리 인간과는 다르게 단순 계산을 상당히 빨리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이 유효하다. 이와 유사하게, 방정식의 해를 수치적으로 구하는 과정에서는 방정식에 초깃값을 설정한 뒤 그 초깃값을 기준으로 해에 조금씩 가깝게 값을 이동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과정을 처리하기 위해 우리는 계산 성능이 좋은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밀도 범함수 이론의 해인 전자구조를 통해 어떤 정보들을 알 수 있을까? 이전 포스팅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거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정보는 재료의 전기적 특성과 관련된 것들이다. 재료의 Band structure 및 Band gap, 유전율, Effective mass 등 반도체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제일원리 계산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또, 재료 내부 원자의 Spin 구조를 확인하여 재료의 자기적 특성 역시 확인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재료의 열적 특성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이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재료공학 학부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므로, 여기서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이런 설명만 들어 보면, 제일원리 계산이 정말 많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 제일원리 계산을 산업체 등에서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난점들이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계산 결과에 오차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근사 없이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 수 있다면 계산에 오차가 없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밀도 범함수 이론이라는 근삿값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근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동일한 밀도 범함수 이론 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근사가 가능하다) 결과에 편차가 있고, 실험값과도 다소 차이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실제로 제일원리 계산을 사용할 때는 우리가 사용하는 근사가 실험값 대비 어떤 식으로 오차가 생기는지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한계는 제일원리 계산으로는 아주 작은 크기의 재료에 대해 아주 짧은 시간의 변화만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 크기 및 시간 스케일(Scale)에 한계가 있다고도 한다. 이는 제일원리 계산의 Scalability가 전자 수의 세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재료 내 전자 수가 두 배가 되면 계산량은 2의 세제곱인 8배가 된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회사 혹은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슈퍼컴퓨터로는 원자 약 1,000개에 대하여 수 ps(picosecond, 1초를 10의 12제곱으로 나눈 시간)단위가 한계이다. 이러한 계산을 위해서는 슈퍼컴퓨터를 일주일 이상 한 계산에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제일원리 계산을 사용해서는 수 nm(1미터를 10의 9제곱으로 나눈 길이) 크기의 전자 회로 시뮬레이션도 하기 어렵다.
이렇게, 제일원리 계산에는 아직 몇 가지 한계가 있다. 물론 이러한 한계들은 더욱 개선된 방법론이 개발되고, 컴퓨터의 성능이 점점 좋아지는 과정에서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제일원리 계산의 한계가 특히 문제가 되는 분야가 바로 시뮬레이션할 재료의 크기나 시뮬레이션 시간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 반응 메커니즘 예측과 관련된 분야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관심 있는 반응의 경우 수십, 수백 ps에서 us단위의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반응 메커니즘 예측 등에는 Classical Force Field를 사용한 분자동역학(Molecular dynamics)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앞으로는 이 분자동역학이 어떤 방법인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되는지 및 한계는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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