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학/재료공학

분자동역학의 응용 분야 및 한계

by NC_ 2022. 6. 18.

저번 포스팅에서는 Classical Force Field를 이용한 분자동역학에 대해 알아보았다. Classical Force Field는 재료를 구성하고 있는 각 원자에 대해, 그 원자와 그 주변에 있는 원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재료의 에너지를 계산한다. 그리고 이 에너지를 통해 재료에 걸리는 힘과 가속도를 계산하여 시간 경과에 따른 재료의 움직임을 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응용 방법은 실제로 관측에 시간이 걸리는 특성이나 현상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료에 생기는 균열(Crack)이 어떤 과정을 거쳐 커지는지, 혹은 재료가 액체에서 고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재료 내부의 Neucli가 어떻게 커지는지, 재료의 상변화 과정은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이다. 이 경우 우리는 일정 시간 동안 재료를 시뮬레이션한 뒤, 그 Trajectory를 보고 우리가 관측하고 싶은 현상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때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를 분석한다. 앞서 설명한 예 같은 경우, 균열의 크기, 혹은 재료 내부 Neucli의 크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측정하여 재료의 특성을 파악한다고 보면 된다. 화학 반응 등의 메커니즘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이 분류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경우 우리가 원하는 반응은 일종의 Rare event(전체 시뮬레이션 시간 중 매우 드문 빈도로 일어나는 현상)에 해당하므로, 장기간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를 좀 더 가속하기 위해 Umbrella sampling, 혹은 Metadynamics 등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반응의 정확한 Barrier를 계산하기 위해서 Nudged Elastic Band(NEB)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 응용 방법은, 특정 온도, 압력 등의 조건에서 재료의 앙상블(Ensemble)을 구하는 것이다. 이는 쉽게 설명하면, 해당 조건에서 재료가 '평균적'으로 어떤 상태에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보면 좋다. 보다 정확하게는, 이 조건으로 재료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상태들의 집합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통계적인 방법으로 재료의 특성을 얻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위에서 소개한 두 가지 응용 분야는, Classical Force Field를 활용할 경우 우리가 분자동역학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재료의 크기 및 시간의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응용 분야의 경우 장시간 시뮬레이션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고, 두 번째 분야의 경우 재료의 크기를 키우거나, 장시간 시뮬레이션해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분야는 제일원리 계산을 이용한 분자동역학을 이용했을 경우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어렵다. 하지만, Classical Force Field에도 큰 단점이 존재한다. 이는 바로 Classical Force Field를 이용한 결과가 실험값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재료 시뮬레이션을 위해 만든 식이 실제 재료의 원리를 설명하는 식이 아니라 재료공학자들이 물리적 직관을 통해 '만든' 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실리콘 같은 경우에는 다른 원자 네 개와 결합했을 때 가장 안정하므로 실리콘의 결합 수가 3개 이하이거나 5개 이상이면 페널티를 주는 식으로 수식을 디자인한다. 이러한 수식은 우리가 실제로 관측할 수 있는, 혹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특성들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되기는 하지만, '맞는' 수식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실제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또한, 우리가 수식을 구성할 때 Bottom-up(관측한 결과로부터 이를 설명하는 원리를 파악하는 방법, 반대 방법으로는 Top-down 방법이 있고, 제일원리 계산이 대표적이다) 방식으로는 그 재료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를 전부 고려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생기는 오차 또한 있다. 이 때문에 Classical Force Field를 이용한 분자동역학은 시뮬레이션 스케일이 크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활용처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우리는 제일원리, Classical Force Field 양쪽 모두 좋은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사용할 때 어느 정도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제일원리 계산의 경우 정확하기는 하지만 스케일이 작고, Classical Force Field의 경우 계산의 스케일은 크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반비례 관계에 있는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계산 스케일도 크고 정확한 계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자가 이러한 반비례 관계를 넘어서서, 제일원리 계산과 Classical Force Field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리고, 최근 이러한 시도 중 어느 정도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연구가 있다. 바로 기계학습을 이용한 Force Field(Machine Learning Force Field, MLFF)이다. 이 방법론은 최근에 개발된 방법인 만큼 아직 불확실한 점도 있고, 실제로 활용된 사례가 그렇게 많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론상 확실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방법론의 한 갈래로서 알아둘 만한 가치가 있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이 MLFF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원리로 제일원리 계산과 Classical Force Field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는지, 이 방법론의 한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댓글